여자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루스 체픈게티, 도핑 적발로 자격정지

‘마의 2시간 10분 벽’을 깬 세계기록 보유자 루스 체픈게티(케냐)가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일시자격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세계 신기록 뒤덮은 그림자, HCTZ 양성 반응

세계육상연맹 독립기구인 선수윤리위원회(AIU)는 7월 18일(한국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체픈게티의 3월 14일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HCTZ)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HCTZ는 체내 수분을 배출시키는 이뇨제로, 주로 고혈압이나 체액 저류 치료에 쓰이지만, 다른 금지약물을 은폐하거나 빠르게 배출하는 용도로 악용되기도 한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이를 S5 등급 금지약물로 분류하고 있다.

기록 수립 당시 의심 없었다?…돌이켜보는 시카고 마라톤

체픈게티는 지난해 10월 열린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 9분 56초의 여자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가 2023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수립한 기록(2시간 11분 53초)을 약 2분 앞당긴 역사적인 기록이었다.

당시 일부에서는 도핑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했지만, 체픈게티는 "그런 질문을 받을 것이라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말하며 의혹을 일축했고, 케냐 국회의원들도 해당 의혹 제기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190배 초과 검출…검출량도 이례적

AIU에 따르면 체픈게티의 샘플에서는 HCTZ가 3800ng/㎖ 검출됐으며, 이는 WADA 기준치(20ng/㎖)의 무려 190배에 달하는 수치다.

보고서는 4월 3일 AIU에 전달됐으며, 체픈게티는 4월 19일 자발적으로 일시 자격정지에 동의했다. AIU는 7월 18일 공식적으로 자격 정지를 선언했다. 정식 징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최대 2년 이상의 정지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체픈게티의 명성에 드리운 그림자

이번 사안으로 인해 체픈게티의 세계기록 수립 과정도 재조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시카고 마라톤에서의 놀라운 기록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세계 육상계의 신뢰성 논란으로도 번질 조짐이다.

체픈게티와 AIU의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기록 말소 또는 징계 수위 결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도핑 청정 시대는 가능한가?

한때 케냐 육상은 세계 장거리 무대를 지배하며 영광을 누렸지만, 최근 도핑 적발 사례가 잇따르면서 명성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체픈게티의 사례는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닌, 국가적 시스템과 신뢰의 문제로도 확산될 수 있다.

앞으로 남은 조사에서 체픈게티가 무죄를 입증하거나, 반대로 추가 금지약물 복용 정황이 밝혀질 경우, 세계 마라톤계는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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