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 왜 하필 지금?…그래도 의미있는 '화두' 던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됐고, 대한축구협회(KFA)는 새 감독 선임에 들어갔다. 선임 과정에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올림픽대표팀을 이끌던 황선홍 감독이 A대표팀을 오가며 재앙을 초래했다. KFA는 지난달 울산 HD를 이끌던 홍명보 감독을 새 사령탑에 임명했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늘 그랬듯 수장인 정몽규 KFA 회장이 논란의 중심이다. 그는 민심이 가장 사나울 때 30년 '축구 인생'을 되짚는 에세이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을 세상에 내놓았다.
비난이 또 소나기 퍼붓듯 쏟아졌다. 기자도 솔직히 출간 '타이밍'을 이해할 수 없었다. 편견을 최대한 걷어내고 책을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음부터 축구를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다'라고 시작된 첫 장부터 마지막 '감사의 글'까지 575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을 단숨에 읽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사실 정 회장은 책에서도 밝혔듯 말솜씨가 수려하지 않고, 어눌한 편이다. 하지만 글은 또 달랐다. 힘이 있었다. 호불호를 떠난 자기 주장과 철학도 명확했다.
한국 축구의 흐름은 유럽파가 쥐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는 '감독과는 자율적 관계를 선호하지만 선수단 안에서는 오히려 선후배간의 전통적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모순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자율성을 존중하는 '클린스만호' 내에서 발생했던 이러한 갈등은 향후 대표팀 운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화두를 던졌다.
정 회장은 KFA 회장 재임 시절 함께했던 A대표팀 감독들을 빠짐없이 거론했다. 변방을 돌던 한국 축구 외교에 대해선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중동과의 역학 관계를 통해 피력했다. '사면 파동', '히딩크 파동' 등 KFA를 둘러싼 논란도 피해가지 않았다. 산업적 관점에서의 축구, 기술, 축구종합센터 건립, 여자 축구 발전 등 한국 축구가 걸어가야 할 미래의 비전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담았다. KFA에서 별명이 정 회장이 아닌 '정 과장'으로 불리는지에 대해 소개한 부분은 양념이었다.
요즘 여론을 들여다보면 '팩트'가 사라진 지 오래다. 사실 '팩트'에는 관심이 없다. 팩트나 이성을 이야기하면 묻힌다. 감정을 자극하는 '마녀사냥'식 왜곡된 주장들이 시장을 쥐락펴락한다. 그들에게 과연 한국 축구 미래에 대한 고민은 있을까.
'나는 한국 축구를 사랑한다.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이다.' 시각은 다를 수 있다. 비판도 좋다. 그러나 과거없는 현재는 없고, 현재없는 미래도 없다. 국가대표, 프로선수, 지도자, 행정가 등 한국 축구의 밀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정 회장의 회고록을 한번쯤 읽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