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의 나이에도 폭염 속에서 마트 카트 정리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미국의 한 노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나흘 만에 3억원 이상의 기부금이 답지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외곽 소도시 메타리의 한 마트 주차장에서 일하는 퇴역 공군 딜런 매코믹씨(90)에게 최근 일어난 일을 전했다. 매코믹은 마트에서 흩어진 카트를 모아 밀어 넣어 정리하는 일을 한다.

지난달 27일은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인데도 그는 쉬지 않고 일하고 있었다. 더구나 당시 체감 온도가 섭씨 39도에 달하는 무더운 날씨였다. 이러한 그의 모습이 전직 지역 방송 뉴스 앵커인 캐런 스웬슨 론키요의 눈에 들어왔다.

론키요는 힘겹게 카트를 밀고 있는 매코믹에게 다가가 "메모리얼 데이인데도 일하고 계시네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말을 걸었다. 이에 매코믹은 "먹기 위해서요(To eat)"라고 짧게 대답했다. 집에 돌아온 론키요는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매코믹의 사연을 올리고 그의 은퇴를 돕기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론키요는 고펀드미에 "매코믹이 매달 필요로 하는 생활비는 2500달러(약 346만원)인데 사회보장연금으로 받는 돈은 겨우 1100달러(152만원)"라며 "그는 나머지 금액을 벌기 위해 마트에서 일하면서 때로는 한꺼번에 20대가 넘는 카트를 밀고 미로처럼 주차된 자동차들 사이를 지나간다"라고 적었다.

그의 글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지난달 31일까지 모금을 시작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약 5400명이 참여해 총 23만3000달러(약 3억원) 이상이 모였다.

매코믹의 은퇴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론키요는 "매코믹이 은퇴를 할지 아니면 일을 계속할지는 그의 선택에 달렸다"며 "더는 먹고 살기 위해 무더위 속에서 쇼핑카트를 밀지 않아도 되고, 출근할 때도 걸을 필요 없이 자동차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매코믹은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론키요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며 "이 미친 세상에는 그처럼 좋은 사람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면서 론키요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가디언은 매코믹의 사례가 평균 수명은 늘었지만 사회보장 혜택이 축소되면서 은퇴 연령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미국의 가혹한 경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매체는 미 보스턴칼리지 부설 은퇴연구소의 앨리시아 머넬 소장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 남녀의 은퇴 연령은 1992년 각각 59, 62세에서 2021년에는 각각 62세, 65세로 상승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