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리그 방출생 GK, '6년 뒤' 태극마크 달다!…"얼떨떨해, 한국 대표해 좋은 모습 보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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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틸러스를 대표하고 나라를 대표해서 좋은 모습 보여주고 오겠습니다."
몇 년 전 K리그에서 방출됐던 골키퍼가 나이 30살에 국가대표로 껌짝 발탁되는 감격을 누렸다. 지난해부터 포항 주전 문지기로 활약하며 K리그 최고 레벨에 올라선 황인재가 그 주인공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6월 A매치 2연전에 나설 선수들의 소집 명단을 27일 공개했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A매치 기간 동안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개최)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5, 6차전을 치른다. 오는 6월 6일 오후 9시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싱가포르와 월드컵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5차전을 치른 뒤 귀국해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6차전을 갖는다.
C조 1위(3승 1무 승점 10)인 한국은 남은 2경기에서 조 1위를 확정 짓는다는 각오다. 하지만 아직 대표팀 정식 감독 선임이 되지 않으면서 3월에 이어 6월에도 임시 감독 체제로 2차 예선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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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PSG), 이재성(마인츠) 등 기존 주축 멤버들이 변함없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김도훈호는 이번 6월 A매치 일정에 무려 7명을 최초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이중엔 과거 2부리그를 거쳐 현재 K리그1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인 황인재(포항 스틸러스)도 뽑혀 눈길을 끌었다.
1994년생 황인재는 지난 2016년 광주FC에 입단했으나 1군서 1경기만 뛰고 다음해 신생팀이었던 안산 그리너스에 합류했다.
2부리그 소속이던 안산에서도 서브 골키퍼로 기용돼 6경기 출전에 그쳤던 그는 2018시즌을 앞두고 같은 2부리그 성남FC로 이적했다. 그러나 성남에서도 1경기만 뛰면서 시즌 종료 후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해 입단 1년 만에 성남을 떠났다. 그야말로 방출된 것이다.
성남과의 계약을 해지한 황인재는 다시 안산으로 향했다. 2019시즌을 앞두고 다시 안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18경기를 뛰면서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포항이 파주시민축구단에 사회복무요원 자격으로 입단한 류원우 공백을 메꾸기 위해 2020년 1월 황인재를 전격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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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황인재는 포항에 입단할 때도 3번째 골키퍼 정도로 인식됐다. 포항 데뷔 시즌인 2020시즌엔 주전 골키퍼인 강현무에 밀려 리그에선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2021시즌 2경기를 뛰면서 포항에서의 첫 리그 출전을 이룬 뒤 김천 상무에 입대했다.
김천에서 군 복무를 마친 황인재는 2023시즌을 앞두고 포항으로 돌아왔다. 마침 포지션 경쟁자 강현무가 김천에 입대하면서 선발 기회를 얻었는데,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포항 주전 골키퍼로 등극했다.
포항으로 돌아온 황인재는 2023시즌 K리그1 38경기에 모두 출전, 40골만 실점하면서 최소 실점 3위를 기록했다. 무실점 경기도 12번이나 기록해 클린시트 부문에서 1위 조현우(13회·울산HD) 다음으로 많았다.
포항 풀타임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황인재는 2024시즌 한층 더 발전된 모습으로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리그 14라운드가 지난 현재 포항은 12골만 내줘 최소 실점 1위에 올라와 있고, 황인재는 클린시트 5회를 기록했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에 따르면 올시즌 황인재의 선방률은 76.9%로 전체 1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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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뿐만 아니라 발밑도 좋아 포항의 공격 전개에서 시발점 역할을 수행하며 공수 양면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명실상부 K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등극하자 김도훈호는 6월 A매치를 앞두고 황인재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하부리그에서 방출됐으나 이제는 태극마크까지 단 황인재는 기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27일 포항에 따르면 황인재는 "처음이라 얼떨떨하지만 간절히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것 같아 기쁘다"라며 "이렇게 올라설 수 있던 건 다 포항 스틸러스 팬분들의 응원 덕분이라 생각한다”라며 첫 대표팀 발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포항 스틸러스를 대표하고 나라를 대표해서 좋은 모습 보여주고 오겠다"라며 각오를 드러냈다.
한편, 이번 명단엔 황인재 외에 포항에서 뛰다가 김천 상무에 입대한 박승욱도 태극마크를 처음으로 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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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세훈(마치다 젤비아), 배준호(스토크 시티), 하창래(나고야 그램퍼스), 최준(FC서울), 황재원(대구FC)까지 총 7명의 선수가 성인대표팀에 최초 발탁돼 생애 첫 A매치 데뷔전을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파격적인 대표팀 선발 배경에 대해 김도훈 감독은 KFA를 통해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는 건 어려운 사정이 있지만 기존 주축선수들의 부상이나 몸상태 등을 고려할 때 대체자원이 마련돼야 한다는 판단에서 코칭스태프들과 심도있는 회의를 통해 명단을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선수들이 상당수 합류했는데 기존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기량 면에서 어떤 선수들과도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전술적인 준비를 잘해서 이번 두 경기에서 신구 조화가 잘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또 "김민재(바이에를 뮌헨)는 최근 리그에서 다친 왼쪽 발목이 아직도 불편함이 있어 정상적인 훈련과 경기출전이 어렵다는 선수 측의 요청이 있었고, 조규성(미트윌란) 또한 그 동안 통증이 지속되었던 오른쪽 무릎 수술을 이번 소집기간에 진행할 예정이라 선수 측의 사정을 수용하여 이번 소집에는 부르지 않기로 결정하였으며 설영우(울산HD)는 어깨수술 후 재활중이라 일찌감치 제외됐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