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을 어찌할꼬
입력2024.11.26. 오전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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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부진으로 연임 곤란… KBO, 마땅한 대안 없어 고심 중
지난 18일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이 대만 타이베이 티얀무구장에서 호주와 경기에서 대표팀이 호주에 5대 2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하며 돌아서는 류중일 감독.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고민은 깊어지지만 대안이 없다. 류중일(61) 야구 국가 대표팀 감독 얘기다. 류 감독 임기는 지난 프리미어 12 대회까지였다. 잘했다면 재선임했겠지만 결과는 예선 탈락. 국가 대표팀 감독 자리는 일단 공석이다. 류 감독은 프리미어 12 조별 예선 경기를 모두 마친 뒤 “다음 대회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때는 꼭 본선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연구 잘해보겠다”고 말했다. 마치 임기 연장을 내락받았다는 태도였다.
야구계 반응은 냉랭하다. “이번 대회 부진 가장 큰 책임은 류 감독 경기 운영에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수퍼 라운드(4강) 진출을 위해 가장 결정적 분수령인 1차전 대만전에서 현재 대만 타선에 대한 치밀한 분석 없이 ‘(과거 대만 타자들이) 언더핸드 투수에게 약했다’는 선입견을 근거로 고영표(KT)를 선발로 올린 뒤 경기 초반 대량 실점을 초래했다. 그다음도 문제였다. 고영표가 2회 만루 홈런을 허용한 뒤 흔들리는데도 내리지 않는 바람에 추가로 2점 홈런을 더 허용해 0-6으로 벌어지면서 그날 경기 주도권이 일찌감치 넘어갔고 결국 3대6으로 무릎을 꿇었다.
류 감독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이번 대표팀은 원태인, 구자욱 등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졌다. 베스트 전력은 아니었다. 그러나 1회 프리미어 12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김인식 전 대표팀 감독은 “지금도 대만이 언더핸드 투수에게 약하고 일본이 좌완 투수에게 약하다는 터무니없는 (과거 내용의) 분석이 왜 나오냐. 최신 정보와 그것을 분석하는 부분에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이번 대표팀에 선발투수가 없는 대신 불펜 자원이 많았다면 그 불펜투수 중 절반 정도를 최정예 필승조로 만들었어야 했다. 이후 우리가 제일 상대하기 힘든 팀과 맞붙을 때 그들을 붙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만전 패배 후 “선발 고영표가 대만 좌타자를 막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는 류 감독 발언을 놓고도 비판이 거세다.
류 감독은 2차전(쿠바)부터 투수 운영과 선발 라인업을 대폭 바꿨다. 그럼에도 1차전 대만전에서 수비가 강점인 김휘집을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시킨 부분이나 대만전과 일본전에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 박영현을 활용하지 않고, 좌완 불펜 곽도규를 3연투로 혹사하다 일본에 역전을 내준 대목도 아쉬움을 남긴다. 한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국내나 해외나 포스트 시즌(단기전)을 보면 빠른 투수 교체와 장타 중심 타선이 대세인데 이번 대회 대표팀 운영은 정반대로 갔다”고 했다.
현재 (프로) 국가 대표팀 감독 연봉은 약 3억원 수준.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은 당장 임박한 대회가 없는 만큼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기회에 아무런 책임감이나 존재감 없이 국가 대표팀을 운영하는 인상을 주는 KBO 전력강화위원회도 개혁해야 한다는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배준용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