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자 안녕
시작은 화려했다. 역대급 외국인 타자가 될 줄 알았으나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재계약이 불발된 요나단 페라자(26)가 짧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고 떠났다.
페라자는 지난 22일 자신의 SNS에 “한화에서 뛰는 것은 정말 즐거웠고, 그리울 것 같아요”라는 한글과 함께 자신의 응원가 가사에 올 시즌 활약이 담긴 영상을 게재했다.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으며 팬들에 작별 인사를 남긴 것이다.
스위치히터 외야수 페라자는 지난해 11월 한화와 KBO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를 채워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전무하지만 1998년생으로 26세에 불과한 젊은 나이와 타격에 특화된 장점을 한화가 주목했다.
175cm로 키는 작지만 88kg으로 단단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페라자는 빠른 배트 스피드로 총알 같은 타구를 생산한다. 불안한 외야 수비가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타격 강한 외국인 타자가 필요했던 한화는 이를 감수하고 페라자를 데려왔다. 나이가 어려 성장 가능성도 기대했다. 한국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 데뷔하게다는 동기 부여도 충분했다.
시작은 강렬했다. 개막 두 번째 경기였던 3월24일 잠실 LG전에서 페라자는 임찬규에게 연타석 홈런을 폭발했다. 각각 체인지업, 커브를 받아치며 변화구 공략 능력을 보여줬다. 이어 4월4일 대전 롯데전에선 5회 동점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한화의 개막 10경기 8승2패, 깜짝 1위 돌풍을 이끌었다.
[OSEN=잠실, 지형준 기자] 4회초 1사에서 한화 페라자가 동점 솔로포를 날리며 기뻐하고 있다. 2024.03.24 /[email protected]
[OSEN=대전, 박준형 기자] 9회말 한화 선두타자 페라자가 2루타를 날리고 있다. 2024.03.29 / [email protected]
5월10일 대전 키움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치는 등 5월까지 54경기 타율 3할2푼4리(210타수 68안타) 15홈런 42타점 출루율 .407 장타율 .614 OPS 1.021로 맹활약했다. OPS·장타율 1위, 홈런 2위에 오르며 찬스에 강한 해결 능력까지 뽐낸 페라자는 한화의 복덩이로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쾌활하고 익살스러운 성격으로 팀에도 빠르게 적응해 역대급 외국인 타자가 될 것 같았지만 5월31일 대구 삼성전에서 수비 중 펜스에 부딪친 뒤 페이스가 꺾였다.
당시 6회 삼성 양우현의 좌익수 뜬공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페라자는 펜스에 가슴을 세게 부딪쳐 쓰러졌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된 페라자는 검진 결과 큰 이상 없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후유증이 남아있었다. 5경기 연속 결장한 뒤 복귀했지만 스윙에 불편함을 느꼈다. 2경기만 뛰고 1군에서 말소된 페라자는 2군에 내려가 2주간 회복기를 거쳤다.
6월23일 1군 복귀했지만 5월까지 보여준 모습은 없었다. 페라자 스스로도 “몸 상태는 100% 가깝게 회복됐지만 시즌 초반처럼 몸을 최대한 활용한 스윙으로 타이밍 맞추질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한 번 잃어버린 타격 밸런스를 시즌이 끝날 때까지 찾지 못했다. 6월 이후 68경기 타율 2할3푼3리(245타수 57안타) 9홈런 28타점 출루율 .326 장타율 .376 OPS .702에 그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