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팔짱 끼고 있는데…최원태 'FA 협상' 살펴보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리자마자 활발하게 진행되던 계약 소식이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 들었다. 11월 21일 현재 FA 시장에 나온 20명 가운데 8명이 계약을 마무리했다. KT 위즈 우규민을 시작으로 KIA에서 LG로 팀을 옮긴 장현식까지 FA 개장 후 6일 동안 많은 계약 소식들이 쏟아졌지만 이후 좀처럼 새로운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FA 미계약자들은 모두 12명. 남은 선수는 최원태(A등급), 임기영, 류지혁, 노경은, 하주석, 이용찬(이상 B등급), 서건창, 김헌곤, 김강률, 임정호, 김성욱, 문성현(이상 C등급) 등이다.
FA 계약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선수들마다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시장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선수 스스로 몸값을 낮추길 기다리는 구단도 있다. 선수가 여러 구단과 협상을 벌이며 사인을 미루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FA 미계약 선수들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이가 최원태다. 올해 FA 시장에 나온 선발 투수 자원이 엄상백, 최원태 뿐이었는데 엄상백이 한화와 4년 최대 78억 원(계약금 34억 원·연봉 총액 32억 5000만 원·옵션 11억 5000만 원)에 계약했지만 최원태는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까지 계약 관련된 공식 발표가 없다.
1997년생인 최원태는 역대 KBO리그 FA 투수 중 최연소다. 엄상백이 한 살 많은 96년생이다. 올해 정규시즌 성적을 보면 최원태가 24경기 9승 7패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했고, 엄상백은 29경기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의 성적을 올렸다. 통산 성적은 최원태가 217경기에 등판해 78승58패, 평균자책점 4.36을 올렸고, 엄상백은 305경기 45승 44패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했다.
선발이 필요했던 한화는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엄상백과 바로 78억 원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지만 최원태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최원태가 FA 계약을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건 원소속 구단인 LG 트윈스의 미온적인 태도도 한몫한다. LG 차명석 단장은 FA 시장이 열리고 다른 선수들의 계약 상황을 지켜보다 장현식과 총액 52억 원에 계약을 맺었지만 최원태한테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최원태 에이전트와 한 차례 만남을 가졌을 뿐이다.
차명석 단장은 최원태 측과 만나는 자리에서 “시장 상황을 둘러보고 와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차 단장은 전화 통화에서 “우리 팀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다 보니 최원태를 적극적으로 잡을 수 없다”면서 “선수의 몸값이 FA 시장에서 어느 정도 형성되는지 알아본 다음 우리와 다시 만남을 갖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차 단장은 최원태 측이 엄상백 수준의 금액을 원할 수도 있겠지만 LG는 그 정도의 몸값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원태와 FA 계약을 맺는다고 해도 연봉을 똑같이 나눠서 지급하기 어렵다. 그럴 경우 샐러리캡을 넘기기 때문이다. 4년 계약을 맺는다면 1, 2년 차는 적게, 이후 3, 4년 차에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을 선수가 받아들이기 쉽진 않을 것이다.”
LG 구단과 최원태 측은 아직 두 번째 미팅 약속을 잡지 않았다. LG는 FA 시장에서 최원태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팀이 거의 없을 거라고 보고, 여유 있게 관망 중이다.
최원태는 A등급이라 최원태를 영입하는 구단은 보호선수 20명 외 보상 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 200% 또는 전년도 연봉 300%를 LG에 지급해야 한다. ‘보호선수 20명 외’라는 건 1군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 중 한 명을 보상 선수로 내줄 수 있다는 의미다.
엄상백은 B등급이라 KT는 엄상백의 2024시즌 연봉 100%(2억 5000만 원)와 보호선수 25명 외 1명인 장진혁을 보상 받았다. 그러나 최원태의 경우 올 시즌 연봉이 4억 원이라 최원태를 영입하는 팀은 LG에 보호선수 20명 외 보상 선수와 8억 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
야구계에서는 최원태의 FA에 대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LG는 최원태가 올 시즌 FA 시장에 나가기보다는 FA 재수를 택하길 바랐다. 지금은 시기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원태 에이전트는 이런 여론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어썸스포츠의 조찬희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최원태 관련해서 여러 이야기들이 나도는데 선수와 나는 별로 신경 안 쓴다”면서 “F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고 금액을 주고받은 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찬희 대표는 “그동안 기자들 연락을 받지 않았다. 자칫 에이전트가 언론 플레이한다고 오해받고 싶지 않아서다. 더욱이 협상을 하고 있는 팀도 이런 과정들이 외부에 노출되는 걸 싫어한다. 정확한 건 FA 시장이 열린 첫날부터 구단들을 만났다. 오히려 LG랑 늦게 만난 편”이라며 “외부 FA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 팀과도 협상을 진행했다. 심지어 그 팀이 어느 정도의 금액을 생각하고 있다고까지 말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LG는 지난해 7월 키움 히어로즈에 유망주 1순위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 그리고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키움은 이 지명권으로 서울고 투수 전준표 지명)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고 최원태를 영입했다. 그러나 최원태는 LG 이적 후 33경기에서 12승 10패 평균자책점 4.89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특히 ‘가을야구’에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2023시즌 LG와 KT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2피안타 2볼넷 4실점을 기록했고,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2.2이닝 5피안타 3실점을, 플레이오프 1차전 3이닝 5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최원태는 LG 유니폼을 입고 2년간 가을야구에서 1패 평균자책점 15.43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품에 안았다.
최원태 에이전트 조찬희 대표는 야구계에서 최원태가 100억 원 이상을 원한다는 소문에 대해 “100억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런 자세로는 협상 자체가 안되지 않겠느냐”라고 답변했다.
“만약 6년에 100억 원이라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4년에 100억 원이라면 협상이 안 될 것이다. 지금은 눈높이를 낮춰야 하고 최소 4년 이상을 뛰어야 할 팀이기 때문에 선수도, 나도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조 대표는 LG 구단이 최원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조 대표는 “결국은 선수를 잡고 싶은 의지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겠느냐”면서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FA 협상이 잘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FA 계약에 따른 보상선수들도 정리가 됐다. KT 위즈는 심우준에 대한 보상선수로 한화 우완 한승주를 지명했고, 선발투수 엄상백에 대한 보상선수로 외야수 장진혁을 선택했다. 허경민을 KT에 내준 두산은 투수 김영현을, KIA는 LG로 향한 장현식의 보상선수로 우완 강효종을 데려왔다. 장진혁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모두 오는 12월 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