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외벽타고 금품 훔친 '서울대 산타'…사망자 신분이었다
지난 8년간 서울대 건물 외벽을 타고 침입해 수차례 절도한 혐의로 구속됐던 노숙인이 사망자 신분이었던 걸로 드러났다. 검찰은 피의자의 범행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비롯됐다고 판단, 기소 유예 처분하고 사회에 복귀시켰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8일 절도 혐의를 받던 김모(67)씨의 구속을 취소하고 조건부 기소 유예 처분했다. 앞서 김씨는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대학교 건물 외벽을 타고 창문을 통해 연구실 등에 9차례 침입해 22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구속)로 지난달 23일 구속 송치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노숙인 김씨가 실종 선고로 인해 사망자로 간주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사업 실패 이후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고, 일용직 노동조차 할 수 없자 2000년대 초부터 관악산에서 노숙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김씨의 가족들이 김씨를 실종 신고함에 따라 법원은 2012년 김씨에게 실종 선고를 했다. 실종 선고를 받으면 사망자로 간주된다.
검찰은 김씨가 기초생활 수급 등이 불가능한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굶주림을 참지 못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이후 검찰은 김씨의 가족들을 수소문해 김씨와 연결해줬다. 가족과 20여년 만에 만난 김씨는 “과거를 반성하고 다시 열심히 살아보겠다”며 사회 복귀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추가로 피해자들에게 처벌불원의사를 확인한 검찰은 법원에 김씨의 실종선고 취소를 청구하며 신원을 회복시켰다. 또한 김씨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과 협의해 주거·취업 지원 등 갱생보호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감찰은 “앞으로 피의자가 범행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경위 등 사안의 구체적 사정을 세심히 살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적정한 처분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검찰에 편지를 보내 “저에게 새 삶터를 마련해 주시고 재활을 위해 힘써준 검사님 이하 수사관님들께 자부심을 드리고 싶다. 우리가 애써준 사람이 바르게 살고있다는 그런 자부심이 들게 살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