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소녀 죽은척 해 살았다…대저택 ‘일가족 살인 사건’ 전말
사건이 발생한 저택. 사진 폭스13 시애틀 유튜브 캡처
워싱턴주 폴 시티 한 가정집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부모 등 5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용의자로는 15세인 첫째 아들이 지목됐다. 그는 자신이 죽인 13세 남동생을 범인으로 내세웠지만, 현장에서 총을 맞은 뒤 죽은 척하며 위기를 모면한 11세 여동생에 의해 범행이 들통났다.
지난 25일 CNN 방송이 전한 11세 A의 사연은 이렇다.
CNN 등이 인용한 법원 문서에 따르면 A는 월요일인 지난 21일 오전 총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침실 문밖을 내다보니 아버지 마크 휴미스턴(43)과 9세 남동생(조슈아 휴미스턴)이 복도 바닥에 누워 있었다. 이들은 각각 머리와 입에 피가 묻어있었다고 한다.
A는 침실에서 나온 7세 여동생(캐서린 휴미스턴)이 바닥에 쓰러지기 전 총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는 수사관에게 “총잡이(The Shooter)가 침실로 와 나에게 총을 한두 번 쏘고, 손과 목을 맞췄다”고 진술했다.
A는 총격에 따른 고통에도 자신을 겨냥한 총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아버지의 은색 ‘글록’ 권총이었다.
A는 ‘총잡이’가 누군지도 알아봤다. 그의 15세 오빠였다. A는 자신의 큰 오빠가 다른 가족들의 시신으로 가 그들이 살아있는지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빠가 침대 옆에 서 있을 때 죽은 시늉을 해 오빠의 확인 사살을 피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어머니 사라 휴미스턴(42)과 A의 다른 오빠인 13세 벤자민 휴미스턴은 집 다른 곳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A는 총격범이 방을 나간 뒤 가까스로 탈출해 이웃집으로 가 목숨을 건졌다.
그런데 911엔 총격을 신고했던 이웃집의 전화 말고도 다른 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바로 범인의 전화였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범인인 15세 소년은 911에 전화를 건 뒤 13세 동생이 가족을 죽이고 자살했다고 말했다. 또 “동생이 전날 밤 포르노를 보다가 걸려 문제를 일으킬 뻔했다”며 총격 동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범행의 전말은 A의 진술이 담긴 법원 문서가 공개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A는 911에 “큰 오빠가 최근 학교에서 몇 가지 시험에 실패해 많은 문제를 겪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에선 아버지 총기를 보관하는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유일한 형제가 큰 오빠였다고 주장했다.
ABC뉴스에 따르면 총격범인 15세 소년은 지난 24일 청소년 법원에서 중대한 살인 혐의 5건 등으로 기소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영국 데일리메일은 “140만 달러짜리 고급 주택에서 부모가 자녀 5명 중 3명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주 법에 따라 이 사건을 성인 법원으로 넘기려면 심리 절차가 필요하다. 다만 총격범 법률대리인은 CNN에 “(A의 주장이나 법원 문서 등은) 입증된 사실이 아니라 단순한 주장이다. 법은 이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이 법률대리인은 법정에서 “범인에게 전과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ABC뉴스는 전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일어난 끔찍한 총격 사건에 지역 사회 등은 충격에 빠졌다. 아버지 휴미스턴은 시애틀에서 전기 엔지니어로 일했다고 한다. 그가 일했던 회사 측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존경받는 동료·멘토·친구를 잃은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충격을 받고 슬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