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 조기교체 KIA, 원태인 못바꾼 삼성'… 확연했던 투수 뎁스 차이[KS4 리뷰]
[대구=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투수 뎁스 차이를 알 수 있었던 한국시리즈 4차전이었다. 중간 투수가 풍부한 KIA는 네일이 지친 기색을 보이자 적은 투구수에도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반면 중간 계투가 불안한 삼성은 원태인이 난조를 보였음에도 믿고 맏길 수밖에 없었고 끝내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KIA는 26일 오후 2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7판4선승제) 4차전에서 9-2로 승리했다. KIA는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기록하며 우승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 난 경기였다. KIA 타선은 이날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을 집요하게 공략하며 초반부터 많은 투구수를 이끌어냈다. 원태인은 2회가 끝난 시점에 투구수 55개를 기록할 정도로 고전했다.
원태인은 3회초 선두타자 김선빈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것을 시작으로 김도영 볼넷, 나성범에 우전 안타를 내줘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4차전의 중요성과 이날 원태인이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교체할 수 있었던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선발투수가 부족한 삼성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원태인을 끌고 갔다. 삼성은 포스트시즌 기간 데니 레예스와 원태인, 사실상 2명의 선발투수로 시리즈를 이끌었다. 게다가 5차전을 불펜 데이로 예고한 만큼 이날 원태인의 긴 이닝 소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또한 삼성 불펜진이 탄탄하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원태인은 결국 무사 만루에서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줬고 이후 다시 한번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원태인은 이후 갑자기 코칭스태프를 호출했고 결국 어깨 불편함으로 자진해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송은범이 2사 후 김태군에게 쐐기 만루포를 맞으며 이날 승기를 KIA에게 완전히 넘겨줬다.
반면 KIA는 풍부한 투수 뎁스를 이날 경기에서 확연히 보여줬다. KIA 선발투수 네일은 3회까지 압도적인 투구로 삼성 타선을 돌려세웠다. 그러나 4회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고 4회 김영웅에게 1타점 적시타, 5회 이재현에게 솔로포를 맞았다. 그리고 6회 1사 후 김헌곤에게 우중간 2루타, 박병호를 1루 파울플라이로 처리한 뒤 이준영과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쳤다. 총 투구수는 71개로 2.1이닝 78구를 던진 원태인보다 적었다.
이범호 감독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네일이 5회 던지고 '너무 열심히 던져 힘이 없다.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근데 1회만 더 던져달라고 (부탁)했다. 1회부터 최고의 공을 던지다 보니 70구가 넘어가면서 체력적으로 떨어진 것 같다. 5회 후 교체하려고 했는데 세 타자만 더 던져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네일의 부탁이 있었지만 결국 이러한 선택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에는 KIA의 탄탄한 중계진이 있었다. KIA는 올해 불펜 평균자책점 2위(4.76)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준영, 장현식, 곽도규, 황동하가 무실점으로 3.1이닝을 막아 승리를 지켰다.
4차전의 승패를 가른 것은 바로 두 팀의 투수 뎁스 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