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을 못지켰다'… 롯데, 두산전서 드러난 명암[초점]
심규현 기자
[잠실=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6-0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롯데 자이언츠. 팀의 명암이 명확히 드러나는 경기였다.
롯데는 3일 오후 6시30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8-13으로 패했다.
롯데는 이날 경기 전까지 리그 7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시즌 첫 30경기에서 8승1무21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며 하위권이 유력해 보였으나 5월 이후 엄청난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롯데는 5월 이후 48경기에서 27승2무19패로 이 기간 리그 1위를 달성했다. 5위 SSG 랜더스와의 격차도 어느덧 3경기로 줄어들었다.
롯데는 최근 기세를 보여주듯 이날 경기 초반부터 맹타를 휘둘렀다. 전준우가 1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라울 알칸타라를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터트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롯데는 2회초 두산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선두타자 나승엽이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얻었다. 이어 최항의 중전 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롯데는 후속타자 박승욱의 헛스윙 삼진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그러나 손성빈의 볼넷으로 기회를 이어갔고 이날 33일 만에 선발 출전한 노진혁의 2타점 적시타를 통해 3-0으로 달아났다.
계속되는 공격에서 황성빈이 3루 땅볼로 물러났으나 윤동희가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2사 만루. 여기서 전준우가 싹쓸이 3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했다. 2회만에 6점을 뽑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굳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롯데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 롯데 선발투수 박세웅은 2회 강승호에 1타점 적시타, 3회 양의지에게 투런포를 맞아 3점을 내줬다. 4회에도 2사 1,2루 위기를 맞는 등 연이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박세웅은 결국 5회를 견디지 못했다. 선두타자 허경민과 헨리 라모스에게 연속 안타, 양의지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것. 롯데는 여기서 박세웅을 내리고 필승조 김상수를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결과적으로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김상수는 1사 후 양석환에게 통한의 역전 좌월 만루포를 맞고 무너졌다. 6점의 리드가 모두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롯데는 올 시즌 황성빈, 윤동희, 나승엽 등 젊은 타자들의 활약으로 시즌 중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부상으로 빠진 손호영과 고승민도 있다. 여기에 베테랑 전준우와 정훈,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까지 활약하면서 순위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다. 롯데는 이날 경기 전까지 팀 타율 0.284로 이 부문 리그 2위를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투수진은 이와 정반대다.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선발 로테이션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런 윌커슨이 든든히 중심을 잡고 있으나 박세웅, 나균안, 이인복 등 시즌 초반 선발투수로 낙점받았던 선수들은 모두 부진하거나 2군에 머무르고 있다. 불펜진 역시 마무리투수 김원중을 제외하면 믿을만한 선수가 없다. 롯데는 이날 경기 전까지 선발 평균자책점 5.16으로 리그 8위, 구원 평균자책점은 4.84로 리그 4위다.
롯데는 이날 경기에서도 타선이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넉넉한 득점 지원을 안겼으나 투수들은 끝내 이를 지키지 못했다. 6회초 다시 타선이 힘을 내며 7-7 동점을 만들었으나 7회말 2점, 8회말 4점을 헌납하며 완전히 주저앉았다. 롯데의 장단점이 뚜렷하게 나타난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