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에 뜬 호날두 “노쇼? 골쇼 기대하세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호날두’라는 이름이 자주 울려 퍼지도록 하겠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새 공격수 호날두 타바레스(27·포르투갈·등록명 호날두)의 입단 소감이다.
지난달 20일 임대로 서울 유니폼을 입은 그는 세계적인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포르투갈)처럼 스포르팅(포르투갈) 유스팀에서 성장한 뒤 프로 무대에 데뷔했던 유망주다.
하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FC서울의 호날두는 키 1m94㎝의 거구인데도 뛰어난 순간 스피드로 수비수 한 명쯤은 가볍게 제친다. 골 결정력은 물론이고 동료 공격수들을 살려주는 시야와 패스 능력도 갖추고 있다.
호날두는 지난달 26일 K리그1 19라운드 강원전에서 후반 41분 교체 투입돼 4분 동안 짧은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달 29일 20라운드 전북전에선 후반 38분 그라운드를 밟았는데 7분만 뛰고도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두 번째 경기 만에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3일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호날두는 “한국에 온 지 3주 정도 됐는데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데뷔 골은 동료들과 호흡이 좋아졌고, 자신감이 생겼다는 의미”라면서 “K리그는 외국인 공격수가 성공하기 쉽지 않은 리그다. 현재 컨디션이 60~70% 수준인데 이른 시일 내 100%까지 끌어올려 실력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 축구팬 사이에서 ‘호날두’라는 이름은 ‘노쇼’의 대명사로 통했다. 수퍼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때문이다. 2019년 7월 유벤투스(이탈리아) 소속으로 방한한 그는 K리그 선발팀과의 경기에 출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팬들의 애타는 외침에도 끝내 벤치를 지켰다. 당시 ‘노쇼 사태’로 한국 팬들은 호날두에게 완전히 등을 돌렸다.
그러나 ‘새로운 호날두’ 가 등장하면서 팬들은 다시 “호날두”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호날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노쇼 사태’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레전드이자 롤모델이다. 한국에서 벌어진 ‘노쇼 사태’에 대해선 몰랐다. 내가 아는 호날두는 모든 경기에 뛰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선수”라며 고향 선배를 옹호했다.
호날두는 자신의 이름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호날두라는 이름은 축구 팬인 어머니가 브라질의 레전드 공격수인 호나우두처럼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주셨다”며 빙긋이 웃었다. 호나우두(48)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8골을 터뜨리며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전설의 골잡이다. 호나우두와 호날두는 영문 이름 표기가 둘 다 ‘Ronaldo’로 같다.
팬들은 ‘호날두’라는 이름의 선수가 K리그에 등장한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호날두가 출전하면 관중석에선 이른바 ‘시우’로 불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세리머니를 따라 한 외침이 나온다. 서울 팬들은 “제시 린가드(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호날두 두 공격수는 이미 맹활약 중이니 이제 마커스 래시퍼드(현 맨유)만 입단하면 맨유에서 뛰던 공격 삼각편대가 모두 서울에 모이는 것”이라며 농담 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호날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나는 차이가 크다. 나만의 강점을 살려서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면 한국 팬들도 ‘노쇼 사태’를 잊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서울은 최근 4년(2020년 9위, 21년 7위, 22년 9위, 23년 7위)동안 부진한 편이었다. 호날두에게 한국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물었다. 그는 “서울이 최근 성적이 좋지 않은 걸 안다. 그런데도 서울에 온 건 전통을 가진 구단의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우리 팀이 예전처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게 내 임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시즌 중반에 합류했지만, 10골 이상을 넣고 싶다. 그때마다 ‘호날두’를 마음껏 외쳐주시고, (오른손을 거수경례하듯 눈 밑에 대는) 세리머니를 따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 호날두 타바레스(등록명 호날두)
「 ◦ 생년월일: 1997년 7월 22일(포르투갈 아모라시)
◦ 체격: 1m94㎝, 93㎏
◦ 소속: FC서울
◦ 포지션: 공격수
◦ 2024시즌 K리그1: 2경기 1골 1도움
◦ 대표팀 경력: 포르투갈 청소년 대표
◦ 롤모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호나우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