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트레이드설, 그 투수 두들기고 3출루 대활약… 김하성 6월 정상 궤도, 폭발 전조 보인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김하성(29·샌디에이고)과 트렌트 그리샴(뉴욕 양키스)에 대한 타 팀의 트레이드 문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김하성의 트레이드설은 이후에도 산발적으로 튀어 나왔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도 김하성은 유격수가 필요한 팀들의 관심을 받았다.
상대 팀이 봤을 때는 잰더 보가츠라는 주전 유격수가 있는 상황에서 김하성은 조건만 맞으면 내놓을 수 있는 자원으로 보였을 수 있다. 여기에 김하성은 2024년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다. 연장 계약도 미리 못했다. 트레이드하기 딱 좋은 조건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에 현지 언론이 주목하는 팀 중 하나는 메이저리그의 대표 명문 중 하나인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보스턴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오랜 기간 팀의 주전 유격수였던 잰더 보가츠가 샌디에이고와 11년 총액 2억8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유격수가 마땅치 않았다. 키우고 있는 선수들은 있는데 단기 대안이 없었다. 그렇다고 성적을 포기할 수 있는 팀은 전혀 아니었다.
보스턴 현지 언론들은 김하성이 팀에 적합한 선수라면서 몇몇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보기도 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우완 선발 요원인 태너 하우크(28)였다. 하우크는 2017년 보스턴이 1라운드(전체 24순위)에 지명한 유망주였다. 202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선발 자원으로 키워졌다. 다만 2023년까지는 74경기(선발 41경기)에서 15승19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해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규정이닝 소화도 한 번 없었다.
샌디에이고는 선발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상대적으로 내야수는 여유가 있었으니 김하성과 하우크의 맞교환은 서로 살을 조금 더 붙이면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유격수로 옮기면서 사실상 트레이드 불가를 선언했고, 보스턴도 하우크를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키며 이제는 없는 일이 됐다.
하우크는 보스턴의 기대에 부응했다. 29일(한국시간)까지 시즌 16경기에 모두 선발 등판해 7승5패 평균자책점 2.18로 대활약했다. 2.18의 평균자책점은 아메리칸리그 최고 수치였다. 김하성도 6월 들어 꾸준하게 안타를 치며 공격 성적을 끌어올리던 중이었다. 그런 두 선수가 30일 펜웨이파크에서 만났다. 하우크는 보스턴의 선발로,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의 7번 유격수로 나섰다. 결과는 김하성의 완승이었다.
김하성은 이날 하우크를 상대로 안타를 치는 등 4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하면서 멀티히트 및 3출루 활약을 했다. 자신의 시즌 12번째 멀티히트 경기이자, 8경기 연속 안타이기도 했다. 김하성의 시즌 타율은 종전 0.223에서 0.227로, 출루율은 0.332에서 0.336으로 올랐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721을 마크했다.
2회부터 안타가 나왔다. 샌디에이고는 0-0으로 맞선 2회 1사 후 도노반 솔라노가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 잭슨 메릴이 우전 안타로 뒤를 받치며 1사 1,2루를 만들어 하우크를 흔들었다. 여기서 김하성이 내야를 빠져 나가 중견수 앞으로 빠져 나가는 중전 안타를 쳤다. 유격수가 2루 쪽으로 붙어 있는 시프트가 걸려 있었는데도 김하성의 강한 타구(102.5마일)에 무용지물이었다.
여기에 중견수가 한 번에 공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2루 주자 솔라노가 홈을 밟았다. 타점이 올라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중견수 실책이 기록되면서 공식적으로는 타점 없는 안타가 됐다. 어쨌든 샌디에이고의 선취점이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샌디에이고는 1-0으로 앞선 3회 매니 마차도가 투런포를 치며 승기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4회에는 잭슨 메릴이 좌중월 홈런을 쳐 1점을 더 보탰다. 김하성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3루 땅볼에 그쳤지만, 5회에 다시 안타를 치며 샌디에이고 빅이닝에 일조했다.
샌디에이고는 4-0으로 앞선 5회 대거 6점을 내고 보스턴 마운드와 하우크를 무너뜨렸다. 5회 선두 루이스 아라에스의 볼넷에 이어 주릭슨 프로파가 중전 안타를 쳐 무사 1,3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우전 적시타를 쳐 5-0이 됐다. 여기서 매니 마차도가 결정적인 3점 홈런을 쳐 8-0으로 달아났다. 하우크가 올 시즌 들어 최악의 피칭(4⅓이닝 8실점 7자책점)으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김하성은 이후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서 보스턴 두 번째 투수 베일리 혼을 상대로 좌전 안타를 치며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시즌 12번째였다. 김하성은 후속 타자 브렛 설리번의 우월 2점 홈런 때 홈을 밟고 동료들과 환호했다.
김하성은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볼넷을 골라 이날 세 번째 출루에 성공했다. 보스턴은 더 이상 추격할 힘이 없었고, 샌디에이고도 이미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굳이 무리할 이유는 없었다. 경기는 샌디에이고의 11-1 승리로 마무리됐다.
김하성은 보스턴 원정 첫 경기였던 29일 경기에서 4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한 것에 이어 이날도 4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활약하며 감을 올렸다. 김하성의 4월 타율은 0.202, OPS는 0.684였고 5월 타율은 0.217, OPS는 0.674였다. 하지만 6월 들어서는 타율 0.253, OPS 0.778로 자신의 정상 궤도를 찾아가는 양상이다. 보스턴의 유격수 문제는 여전히 100%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가운데 김하성의 존재감이 빛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