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얼굴 거꾸로 뒤집혀 보여”…극히 드문 ‘이 질환’ 진단받아
미국의 한 여성이 안면인식장애 때문에 2D만 인식할 수 있고,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세이디 딩펠더는 2019년 남편과 함께 장을 보러 갔다가 땅콩잼을 고르는 남편에게 “우리가 언제부터 유명한 땅콩잼을 샀다고 이걸 골라?”라고 물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모르는 남성을 남편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사람을 잘못 알아보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세이디는 병원을 방문했다. 검사 결과, 세이디는 ‘안면실인증(prosopagnosia)’을 진단받았다. 의료진은 “세이디가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은 안면실인증 환자들 중에서도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세이디는 “사람들의 얼굴이 거꾸로 뒤집힌 것처럼 보인다”며 “3D 사물들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2D여야 인식한다”고 말했다. 세이디는 사람들을 머리카락 색깔 등 머리스타일로 구별하는 법을 터득했다. 세이디가 겪는 안면실인증에 대해 알아봤다.안면실인증은 시각 장애가 없어도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안면인식장애라고도 알려졌다. 안면실인증은 얼굴을 보면 얼굴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눈, 코, 귀, 입 등을 인식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조합해 누구의 얼굴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안면실인증은 인구의 약 2%가량이 겪는다.
안면실인증 환자들은 얼굴로 상대를 인식하지 못하는 대신, 옷이나 목소리 등으로 누구인지 추정해 기억할 수 있다. 그런데, 상대방이 옷차림 또는 머리스타일을 바꾸거나, 상대를 본 지 오래됐다면 식별하기 더 힘들다. 증상이 심해지면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의 얼굴도 구분하지 못하거나, 거울에 비친 자신이 누군지 모르게 될 수도 있다. 환자들은 세이디처럼 사물을 3D로 인식하는 입체 시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안면실인증은 뇌경색, 뇌종양, 치매, 알츠하이머병 등 뇌 질환이나 자동차 사고 같은 외상으로 안면 인식을 담당하는 하부 후부 측두엽이 손상돼 발생한다. 뇌에 기능적 장애가 있어 안면실인증이 생길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ADHD다. ADHD가 있으면 주의집중력이 떨어져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유추하기 어려워진다.
안면실인증이 의심된다면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상담받는 게 좋다. 안면 인식 검사와 MRI(자기공명영상),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등으로 진단할 수 있다.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게 안면실인증 치료의 핵심이다. 퇴행성 뇌 질환 탓에 발생한 안면실인증은 아세트콜린이란 기억력 관련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늘려 완화할 수 있지만, 완치는 어렵다.
ADHD가 원인이라면 주의집중력을 기르고, 1대 1로 사람을 마주했을 때 상대방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고 기억하려 노력해야 한다. 특히 ADHD엔 공황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이 많은 곳을 두려워하다 보면 안면 인식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경우엔 공황장애를 먼저 치료해 타인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