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광고에 17조… 미국 대선 광고 전쟁 시작됐다
바이든-트럼프, 광고 경쟁 본격화, 현재까지 광고비 4540억 원
올해 미국 정치광고 17조 원 넘어설 듯…닐슨 “사상 최대치 기록할 것”
미국 대선후보들의 광고 전쟁이 시작됐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CNN 토론을 앞두고 수백만 달러 규모의 광고를 집행했으며,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역시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는 TV광고를 공개했다. 올해 미국의 정치 광고비가 역대 최대 규모인 123억 달러(17조10억 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NN 바이든-트럼프 토론 앞두고 광고전 돌입한 후보자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CNN이 주최한 토론회를 앞두고 광고 공세를 시작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지난달 28일 <바이든·트럼프, 대선 토론 앞두고 광고 공세 개시>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는 CNN 토론을 앞두고 수백만 달러 규모의 광고를 시작했다.
바이든 캠프는 버즈피드·CNN·엘티엠포라티노(El Tiempo Latino)·텔레문도(Telemundo)·더그리오(TheGrio) 등 언론사 웹사이트 광고와 SNS, 옥외광고 등을 집행했다. 특히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자기중심적 범죄라'라고 칭한 전면 광고가 게재됐다. 바이든 캠프는 2021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불복으로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사건이 벌어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성폭력 사건 입막음 의혹으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는 내용의 TV광고를 내보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미국 광고전문회사 AD임팩트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바이든 캠프가 현재까지 사용한 대선 관련 광고는 총 2억4290만 달러(3353억2345만 원)에 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CNN 토론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는 TV광고 2개를 공개했다. 주로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지금 웃는 사람은'이라는 광고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계단에서 비틀거리고, 자전거에서 넘어지는 장면이 나오고 "계단에서 넘어지고, 자전거에서 쓰러지고, 꾸준히 길을 잃고. 백악관에서 4년 더 사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나레이션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이라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광고 '약속'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인플레이션 문제가 불거지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현재까지 지출한 광고비는 8600만 달러(1187억4020만 원)이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양측의 광고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광고회사 이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정치광고비는 123억 달러(17조10억 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 정치광고비가 1년 기준 100억 달러를 넘어선 적은 없다. 이와 관련 미국의 시청률·데이터 분석회사 닐슨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올해는 미국 정치광고 지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대선 광고는 '경합 주'로 꼽히는 지역에 집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에 5340만 달러(737억9346만 원)를,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90만 달러(717억1023만 원)를 사용했다. 미국 라디오 방송사 NPR은 지난 5월 보도에서 "대선 경합 주에 거주하고 있다면, 많은 광고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전체 광고 70%가 7개 경합 주에서 지출됐으며, 펜실베이니아주에선 광고비의 30%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지출되는 광고비는 한국 대선 광고비의 464배에 달한다. 지난 20대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출한 광고 비용(방송연설 비용 포함)은 각각 124억9673만 원, 141억6427만 원이다. AD임팩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이 있었던 2020년 미국에서 지출된 정치광고는 총 89억6000만 달러(12조3791억 원)로 추산된다. 이마케터는 2020년 미국 정치광고비를 95억7000만 달러(13조2276억 원)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 대선 광고를 하기 위해선 공직선거법상을 따라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선거비용을 제한하고 있다. 선거운동이 과열되는 것을 제어하고, 후보자 경제력 차이에 따라 선거운동이 불공평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국에선 정치광고 관련 규제가 사실상 없다. 대선후보 캠프는 물론 지지 단체 등 제3자도 광고를 할 수 있다. 선거비용 제한도 없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없어 언제든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