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짜리 로또를 '1000원'에 사는 이유는?
#매주 연금복권을 사는 지인이 있었다. 당첨될 가능성이 극히 낮은데 왜 사는지 물어보니, 1등에 당첨되면 매달 700만원을 20년 동안 받는데 왜 안 사냐고 오히려 반문하던 게 기억난다. 하긴 당첨만 되면 노후 걱정은 한 방에 떨칠 수 있으니 솔깃하게 느껴지긴 한다. '당첨만 되면' 말이다.
#작년 청량리역을 나오자마자 신문 가판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과 마주쳤다. 웬일인가 싶어 쳐다보니 로또를 사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었다. 로또 1등이 10번 넘게 나온 로또 명당이었는데, 그곳에서 로또를 사면 정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높을지 궁금했다.
━
①1000원짜리 로또 복권의 경제적 가치(당첨금)는 얼마일까?
━
복권수탁사업자 동행복권에 따르면 복권 판매액은 작년 역대 최대인 6조7507억원을 기록했다. 복권 판매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온라인 복권(로또) 판매액은 5조6526억원에 달한다. 2016년(3조5660억원) 대비 7년새 58% 급증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홈페이지에서 2023년 복권사업 실적을 찾으면 로또 판매액 5조6526억원 중 당첨금은 정확하게 50%인 2조8263억원으로 나온다. 로또 판매점이 가져가는 약 5.5%(부가세 0.5% 포함)의 판매수수료를 제외한 수익금은 법정사업과 저소득층 주거 안정, 취약계층 복지, 문화예술 진흥 등 공익사업에 사용된다.
로또를 사면서 지불한 돈이 정부의 재원으로 활용되지만, 어쨌든 구매자에게 로또 복권의 경제적 가치는 500원이다. 정답: 500원
━
②로또 명당에서 사면 당첨 확률이 높아질까?
━
정답은 '노(No)'다. 작년 로또 복권 판매수수료인 3025억원을 로또 판매점 수인 8427개(1월 1일 기준)로 나누면 3590만원이 나온다. 로또 판매점이 매달 평균 5500만원어치를 팔아서 3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1등 로또가 한번 나오고 사람들이 몰리고 로또 판매가 늘면서 다시 1등이 나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속칭 '로또 명당'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즉, 인과관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반대일 수 있다. 로또 명당이라서 1등이 나오고 로또가 많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 로또 명당이라고 소문이 나서 로또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팔리고 1등 당첨도 증가하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로또 명당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복권 판매점 A다. 지난 5월말 기준 52번째 1등 당첨을 기록한 이곳은 매월 로또 매출이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매출을 240억원으로 가정하면 판매수수료만 13억2000만원으로 매년 로또 1등이 부럽지 않은 수익을 올린다.
A의 로또 판매금액은 로또 판매점 평균보다 약 40배가 많기 때문에 이 판매점의 로또 1등 당첨도 40배가량 많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구매 금액당 로또 당첨 확률은 다른 판매점과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기획재정부의 온라인복권 1등(자동선택) 당첨 판매점 현황에 따르면 1070~1122회차(23.6.3.~24.6.1.)에서 A판매점의 1등 당첨 횟수는 3회다. 이 기간 수동선택으로 당첨된 사례는 없다. 적지 않은 횟수지만 200억원에 달하는 판매금액을 고려할 때 사람들의 기대만큼 1등 당첨이 많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