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그늘
몇 년 전 전국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던 어느 여름날, 울산 태화강절새공원 철새 관찰용 CCTV에 찍힌 한 어미 왜가리의 모습이 여러 신문기사와 방송뉴스에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새들은 보통 동이 트면 곧장 먹이를 찾아 떠납니다. 하지만 영상 속 왜가리는 하루종일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태양이 내리쬐는 무더운 오후가 되었는데도 나무 그늘로 몸을 피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의 둥지를 지켰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둥지 안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새끼 왜가리들이 있었습니다.
어미 왜가리는 자신의 날개로 그들을 만들어서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새끼들을 보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놀랍게도 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어미 왜가리는 조금씩 몸의 방향을 바꿔가며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냈습니다.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양산을 씌워주듯 새끼들을 보호하던 어미 왜가리는 햇볕이 약해지는 늦은 오후나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둥지를 떠나 먹이를 찾아 떠났습니다.
새끼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어미 왜가리의 모습은 부모의 무한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부모뿐만 아니라 우리는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인생의 폭염과 폭우로부터 안전하게 피할 수 있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더위에 지치기쉬운 한여름입니다. 사랑의 날개를 펼쳐 서로의 그늘막이 되어주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