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 정규시즌 아웃 확정, KIA의 긴박했던 그때… 이범호는 그냥 고마웠다, 원팀으로 움직인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KIA는 8월 24일 창원 NC전에서 끔찍한 사태를 맞이해야 했다. 팀의 외국인 에이스로 활약 중인 제임스 네일(31)이 타구에 얼굴을 맞아 크게 다쳤다. 이날 경기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네일의 올 시즌, 더 나아가 네일의 앞으로 야구 경력과 인생이 달린 일이었다.
곧바로 검진을 받은 네일은 턱 관절 골절 소견을 받았고, 밤 사이 구급차를 타고 서울로 이동해 25일 오전 응급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 KIA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그때는 팀 전력에 미칠 영향 이런 것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일단 네일의 건강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은 현실은 엄중했다. 수술을 받기 전부터 정규시즌 남은 경기는 출전이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직감하고 있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정상적인 복귀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KIA는 전력 구상을 재정비해야 했다. 일단 네일을 대신해 정규시즌 남은 경기에서 로테이션을 돌아줄 선발 투수를 찾아야 했다. 시즌 종료 한 달을 앞두고 터진 돌발 변수에 처음에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 감독은 “일단 대만에서 데려와야 했다. 독립리그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이동 시간에 시차 적응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대로 대만은 시차 적응도 필요 없고 이동 시간도 짧다. 선수들이 아시아 야구에 적응도 되어 있다”고 했다. 그때 이 감독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선수가 바로 에릭 스타우트(31)였다.
KIA는 시즌 초반 윌 크로우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대만 리그에서 대체 선수를 리스트업한 경험이 있었다. 그때 눈독을 들인 선수가 바로 스타우트다. 다만 당시에는 스타우트의 소속팀이었던 중신 브라더스가 풀어주지 않아 무위로 끝났다. 다른 KBO리그 팀들도 노리던 선수였고, KIA도 꽤 괜찮게 봤던 선수였다. 이 감독도 당연히 그 선수의 영상을 봤다. 좋은 기억이 있었던 이 감독은 프런트에 “스타우트는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심재학 단장은 “알아보겠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전광석화와 같은 일처리로 스타우트와 개인 협상을 마쳤고, 마지막 구단과 협상도 예상보다 순조롭게 풀리면서 27일 대략적인 협상을 마쳤다. 스타우트는 27일 밤 입국했고, 28일 공식 발표에 이어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졌다. 그리고 29일 불펜 피칭까지 마치며 이제 KBO리그 데뷔전을 앞두고 있다.
프런트의 빠른 일처리에 감사를 표한 이 감독은 “스타우트에게도 고맙다”고 웃어보였다. 이 감독은 “만약 본인이 오지 않는다고 했으면 안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고 말했다. 스타우트가 KBO리그에서 어떤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그래도 이 감독은 “지금 영입할 수 있는 선수 중에서는 최고의 선수를 데려온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 스타우트는 “일단 한국에 와서 기회를 받아보고 싶었다. 이렇게 와서 커리어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마운드에서 쏟아낼 준비가 되어 있다. 좋은 인상을 주고 내년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KIA타이거즈스타우트는 29일 불펜 피칭을 하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아직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아 첫 선발 일정은 미정이지만, 늦어도 다음 주초에는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서 이미 100구 이상을 계속 던졌기에 곧바로 선발로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감독은 스타우트의 불펜 피칭에 대해 “4~5가지 구종을 체크한 것을 봤다. 뭐 공은 다 잘 던지더라. 체인지업은 괜찮은 것 같고, 스위퍼의 각도 있고, 커터도 그렇다. 몸쪽·바깥쪽 공의 무브먼트도 괜찮은 것 같다. 데리고 올 수 있는 선수 중에서는 최상의 선수를 데려온 것 같다”면서 “선수를 데리고 올 때 우리가 관중도 굉장히 많은 팀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생각해야 하는데 큰 경기도 경험해본 친구다. 우리가 봤을 때 좋은 친구를 데리고 왔다고 보인다”고 만족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