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고혈압 자가 관리법
영웅본색으로 유명한 홍콩의 영화배우 주윤발이 갑자기 쓰러져서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면 "혹시 고혈압이 있던 것을 모르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맨 먼저 든다. 필자가 고혈압을 전공하고 있어서 직업병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중풍의 원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이 엄연한 우리나라의 통계이기도 하다. 고혈압이라는 병은 이런 좋지 않은 소식에는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막상 쓰러지는 그 순간까지도 아무 증상이나 불편감이 없으니 알고도 당할 수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병은 불편한 증상으로 고통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치료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쓰러지기 전까지 아무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 병 같지 않는 병, 고혈압은 자그마치 1000만 명 이상이 가지고 있는 병이다. 고혈압은 우리 몸속의 피가 돌아다니는 파이프, 즉,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는 병이다. 우리가 사는 집에도 수도 물이 돌아다니는 파이프가 있고 보일러 온수가 돌아다니는 온돌 파이프가 있고 가스가 들어오는 가스파이프가 있다. 이뿐인가? 우리가 타고 다니는 차에도 연료가 돌아다니는 연료파이프가 있다. 파이프는 꽉 채워져 있어서 압력이 있고 그 압력의 힘으로 물이며, 가스며, 연료가 돌아다니고 순환하는 것이다. 이런 파이프는 수명이 정해져 있어서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 있다. 파이프의 압력이 너무 높으면 파이프가 얼마 못쓰고 터져서 수리하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 파이프의 압력은 사용에 지장이 없으면 가급적 낮게 유지하는 것이 파이프를 오래 동안 무탈하게 사용하는데 유리하다. 그래서 웬만한 중요한 파이프에는 내부 압력을 표시해주는 압력게이지가 달려 있게 마련이다.
우리 몸에서 피가 도는데 꼭 필요한 압력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압력 그 이상으로 압력이 올라가는 것은 백해무익한 것이다. 다만 우리 몸의 혈압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려주는 아무런 증상이나 다른 표시가 없으니 압력이 올라가는데도 모르고 지낼 수밖에 없고 갑자기 닥칠 불행을 대비할 방법도 없는 셈이다. 그러니 내 혈압이 잘 유지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혈압을 측정해 보는 길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혈압이 높은지 알 수만 있다면 혈압을 낮추는 방법을 써 볼 수가 있으니 혈압이 어떤지 아는 것이 첫 단추를 끼우는 중요한 일이 된다.
혈압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예전에는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요새는 집에서 직접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좋고 저렴한 혈압 측정기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윗 팔에 압박대를 감고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혈압 수치를 표시해 준다. 집에서 혈압을 1주일 정도 아침, 저녁으로 2번씩 재서 평균치를 계산하면 매우 정확한 혈압 수치를 얻을 수 있다. 이 때 135/85mmHg 이상으로 나오면 확실하게 고혈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만약 수치가 고혈압으로 나온다면 그 상태로는 길게 봤을 때 몸속의 혈관이 높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에는 큰 불행을 맞닥뜨리게 된다는 걸 예측할 수 있다.
혈압을 직접 측정할 수 있으면 혈압을 치료할 때 자신의 혈압이 얼마나 잘 조절되는지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혈압이 잘 조절된다면 안심해도 좋다는 뜻이다. 혈압을 조절하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라는 말처럼 어떤 방법이든 혈압이 잘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어떤 사람들은 혈압 약을 복용하기도 하도 어떤 사람은 체중을 빼고 싱겁게 먹고 열심히 운동을 한다. 어떤 사람은 싱겁게 먹고 운동을 했지만 혈압이 조금 밖에 떨어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혈압 약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어쨌든 혈압이 충분히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얼마 정도로 혈압이 내려가면 안심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135/85mmHg 아래로 조절되면 충분하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요즘은 어떤가? 혈압을 그 정도로 조절한 사람들이 많아져서 오래 사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그렇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만만치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치매나 인지장애가 생겨서 고통 받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감기만 약간 들어도 심부전으로 숨이 턱에 차서 곧 바로 응급실을 찾아가곤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부정맥으로 중풍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혹자들은 말한다. "오래 살아봐야 좋을 게 없다. 구구팔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졸지에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 복이다."
그래서 요즈음 나이가 많이 들어도 치매 안 생기고 숨 안차고 팔팔하게 살기 위해서 혈압을 조절할 때 좀 더 젊고 몸이 덜 상했을 때부터 혈압을 130/80mmHg 아래로 착실하게 조절하는 대세다. 그런데 혈압 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정확하게 조절이 안되면 소용이 없다. 누가 내 혈압이 꼼꼼하게 130/80mmHg 아래로 잘 유지되는지를 점검을 해주겠는가? 몇 달에 한 번 병원에 가서 혈압을 측정해서 좋다고 해도 시시때때로 변하는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는지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자신이 평소에 직접 자기 혈압을 재보는 방법일 것이다.
스스로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서 싱겁게 먹거나 체중을 빼거나 운동을 하면 혈압약도 줄일 수 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이다. 이때 직접 자신의 혈압을 측정하면 생활요법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어떤 방법이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 알 수 있다. 혈압 약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자신의 혈압을 직접 측정하면서 싱겁게 먹기, 체중 줄이기, 운동하기와 같은 생활요법을 실천하면 고혈압은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킬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