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쪽 눈을 가려 보세요.
한 쪽 눈을 가끔 가려서 보시면 어떨까요? 지금 당장 손으로 한 쪽 눈을 가리고 본 후에 다시 반대편 눈도 가려서 보세요. 어느 한쪽이 예전과 달리 덜 보이시지는 않는지요? 혹은 조금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는지요?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우리는 다른 많은 동물들이 그러하듯, 눈을 두 개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눈이 보는 모습은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사뭇 다릅니다. 초식동물은 두 눈이 머리의 양 옆으로 치우쳐 있어 넓은 시야를 볼 수 있습니다. 토끼나 말의 경우에는 한쪽 눈의 시야는 190도에 달하고, 양쪽 눈은 거의 350-360도를 볼 수 있어 사방에서 다가오는 위험을 쉽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 눈의 시야가 겹쳐 있는 부분이 토끼는 10-20도에 불과해서 거리감이나 깊이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좁습니다. 다른 초식동물인 말의 경우에도 시야가 겹쳐 있는 부분은 60도 정도에 불과합니다. 반면, 육식동물의 경우에는 눈이 머리의 정면에 위치하고 있어, 두 눈의 시야가 겹쳐 있는 부분이 90-120도 정도로 매우 넓습니다. 사람의 경우, 한 쪽 눈의 시야는 약 150도정도인데, 이중 양안시의 영역은 120도 정도입니다. 바깥쪽 주변부 30도 정도만 한 쪽 눈의 시야가 보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영역은 양안시의 영역인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은 시야의 대부분에서 거리감이나 깊이감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위에서는 얼마나 넓게 보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이를 시야라고 부릅니다. 그럼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시력은 무엇일까요? 얼마나 작은 물체를 명확하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이고, 조금 더 정확히는 떨어져 있는 두 점의 차이를 얼마나 잘 인식할 수 있는 지로 평가하게 됩니다. 망막의 한복판 혹은 정중앙을 황반부 오목이라 부르고, 여기가 우리 시야의 중심, 즉, 중심시력을 담당합니다. 시력은 여기 중심시력이 가장 좋고, 시야의 주변으로 갈수록 점점 감소하게 됩니다.
외래에서 환자를 보다 보면, 한 쪽 눈의 시력이 크게 떨어지셔서 오신 분들이 있습니다. 검진을 해서 보면 시력이 떨어진 눈의 문제가 하루 이틀 전에 생긴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경우를 많이 봅니다. 환자분들은 그 동안 전혀 인식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이렇듯, 무던한 성격을 가지신 분들의 경우에는 일상 생활을 할 때 한 쪽 눈의 시력이 크게 떨어지더라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우리 시야의 대부분은 양안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모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 쪽 눈의 중심시력만 나빠진 경우에는 반대편 눈의 중심시력은 정상이고, 양안의 시야도 정상이기 때문에 환자분이 한 쪽 눈의 중심시력만 나빠진 경우를 미쳐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 한 쪽 눈을 번갈아 가려서 보는 것 만으로도 쉽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왼쪽 눈을 가리고 오른쪽 눈으로 이 글을 보세요. 그리고는 다시 손을 바꿔서 오른쪽 눈을 가리고 왼쪽 눈으로 이 글을 보세요. 괜찮으신가요? 만일 어느 한쪽이라도 잘 보이지 않는다면 가능한 빨리 가까운 안과를 방문하여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보세요. 그리고 집에 가서 가족들도 모두 한 번씩 해보도록 하세요. 집에 어르신이 계신다면, 당연히 해보셔야 하고, 혹시 어린아이가 있으면 또 꼭 해봐야합니다. 만일 어린아이가 아주 어리다면, 사랑스럽게 안고서 조심스럽게 아이의 한 쪽 눈을 번갈아 가려보세요. 만일 어느 한 쪽 눈을 가렸을 때 특별히 더 많이 싫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가려지지 않은 눈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듯, 어른이든 아이든 한 쪽 눈을 가렸을 때 좀 이상하다면, 꼭 안과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정리하자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매일 눈을 한 쪽씩 가려보는 습관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또, 가족들도 잊지 말고 시켜보세요. 특히, 가끔 보는 가족이 있다면 더욱 권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방법이지만, 이렇게 쉽게 한 쪽 눈을 가려보는 것 만으로도, 눈에 생긴 문제를 일찍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