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불편하고 업무량 많아
일당 20만원에도 사람 못구해
지방 휴게소 영업적자 가중
4곳중 1곳은 야간영업 안해
절도·강도 등 범죄 늘어나고
야간운행 화물차 안전 우려도
“밤 되면 귀신 나올 거 같아 무서워요.”
서울에 사는 차우진 씨(39)는 최근 가족과 함께 휴가를 다녀오는 길에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밤 10시께 주유를 하기 위해 강원도에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갔는데, 화장실만 빼고 주유소를 포함한 모든 점포의 문이 닫힌 채 불이 꺼져 있었기 때문이다. 차씨는 “유령도시를 보는 것 같았다”며 “당연히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기름을 넣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야간 영업을 안 한다는 걸 알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경찰은 고속도로 휴게소 3곳을 턴 20대 3인조 절도범을 붙잡았다. 이들은 심야시간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직원이 혼자 있다는 것을 알고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를 돌며 현금 교환기를 부수고 수백만원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한 관계자는 “심야시간 고속도로 휴게소는 그야말로 방범 취약 지역”이라고 꼬집었다.
고속도로 이용객과 화물차 운전자 쉼터인 고속도로 휴게소가 밤만 되면 불이 꺼지고 있다. 주말 일당 20만원을 준다고 해도 야간에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6일 매일경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의뢰해 받은 한국도로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비수도권 고속도로 휴게소 180곳 중 43곳(23.9%)은 야간 근무자를 구하지 못해 밤 9시 이후 영업을 중단했다. 60곳(33.3%)은 야간 근무자 1명으로 근근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비수도권 휴게소의 57.2%가 밤 9시 이후 근무자가 아예 없거나 1명뿐인 셈이다.
비수도권 고속도로 휴게소가 야간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력난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휴게소는 독점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판매량이 많고 입점 업종이 보호된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 체계도 별도로 운영할 수 있어 매출이 높고 안정적이다. 그러나 일터까지 거리가 멀어 출퇴근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직원 채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심야에 매장을 열면 거의 독점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고 비용과 관리 문제가 있어 고속도로 휴게소 상당 수가 심야 영업을 하지 않는다”며 “인력난 때문에 추가로 올릴 수 있는 매출을 포기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휴게소의 야간 매출은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휴게소에서 더 두드러진다. 수도권 휴게소의 경우 밤 9시부터 다음달 아침 9시까지 매출액이 2019년 633억원에서 지난해 549억원으로 13.2% 감소했지만, 비수도권 휴게소는 같은 기간 1842억원에서 1446억원으로 21.5%나 줄었다.
중부고속도로의 한 휴게소 분식 코너에서 일하고 있는 권모씨(65)는 “이 나이에 뽑아주는 곳이 휴게소밖에 없어 1년 동안 일했지만 출퇴근 시간만 하루 3시간 넘게 걸려 너무 힘들다”며 “올해까지만 일하고 관두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휴게소 식음료 매점에서 6개월 간 일하다 그만 뒀다는 대학생 유슬기 씨(23)는 “도시 매점보다 급여는 많지만 이용객이 많다보니 민원이 많고, 각종 기관의 점검도 많아 피곤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행료가 할인되는 야간시간 운행이 많은 화물차 운전자의 안전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영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야간시간에 휴게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화물차 운전자가 휴식을 취하지 못해 교통사고 위험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거대한 휴게소 시설에 야간시간에는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범죄가 우려되는 만큼 보안과 방범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업체 관계자는 “야간 무인 영업 시스템 도입도 검토했지만 비용 부담 탓에 결국 야간 영업을 안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공공 서비스 차원에서 24시간, 365일 영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수익보다 국민 편익이 중요하다”며 “고속도로 휴게소 가격과 품질부터 운전자 안전까지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이용자 시각에서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