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요리, 뷔페도 되네”… ‘미래식량’ 곤충의 변신
귀뚜라미가 들어간 칠리 소스 볶음 요리. 'Insects to Feed the World' 페이스북 캡처 ©국민일보
“귀뚜라미 패티입니다. 어묵이라 생각하며 맛보세요”
지난 7일(현지시간) BBC는 미래 대체 식량으로 각광받는 곤충을 ‘더 맛있는’ 요리로 탈바꿈시키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지난 6월 19일부터 22일까지 싱가포르 엑스포컨벤션에서는 ‘세계를 먹여 살릴 곤충들’(Insects to Feed the World)이라는 이름의 컨퍼런스가 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행사에는 전 세계 과학자와 기업가, 환경운동가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귀뚜라미’를 주제로 다양한 음식이 소개됐다. 귀뚜라미가 재료로 들어간 싱가포르 전통 요리, 한국식 잡채와 파운드 케이크, 브라우니 등이 뷔페 형식으로 차려졌다. 싱가포르 정부는 행사가 끝난 7월 귀뚜라미, 누에, 메뚜기, 꿀벌 등 16종의 곤충을 식품으로 승인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1이 일상적으로 곤충을 섭취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단 6마리만 섭취해도 성인 1명의 일일 단백질 권장 섭취량을 채울 수 있는 고단백 식품이다.
곤충은 양식할 때 일반 가축보다 더 적은 물과 땅을 소모하고 훨씬 더 적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BBC는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는 곤충 식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귀뚜라미를 선뜻 먹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에서 귀뚜라미를 재료로 한 국수와 칠리 볶음 요리 등을 내놓은 싱가포르 출신 셰프 니콜라스 로우와 미국 뉴욕 출신 셰프 조셉 윤 역시 “곤충이 지속 가능하고 영양분이 풍부해 식량 안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식욕을 돋울 수 없다”며 “귀뚜라미를 맛있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로우 셰프는 사람들이 곤충을 원형 그대로 섭취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을 파악하고 요리에 어떻게 활용할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곤충에서 나는 흙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 결과 로우 셰프가 선보인 귀뚜라미 패티가 들어간 락사(코코넛 밀크를 넣은 동남아시아 국수 요리)는 행사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귀뚜라미를 이용한 파운드 케이크와 브라우니. 'Insects to Feed the World' 페이스북 캡처 ©국민일보
싱가포르가 식용 곤충을 승인한 이후 몇몇 레스토랑에서 곤충을 이용한 요리를 팔기 시작했다. 주로 해산물 스프나 오징어 먹물 파스타 위에 귀뚜라미를 뿌리거나 생선 카레에 곁들여서 내놓는 방식이다.
다른 한편에선 곤충이 화려한 요리로 재탄생하면서 기존에 전통 방식으로 곤충을 섭취했던 이들이 폄하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윤 셰프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오랜 곤충 섭취의 역사를 가진 지역에서 본인들에 식생활에 수치심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인류학자 줄리 레스닉은 저서 ‘식용 곤충과 인간 진화’에서 식민주의가 곤충 섭취에 일종의 낙인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책에서 “이탈리아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원주민의 곤충 섭취를 두고 ‘지구의 어떤 짐승보다도 야만적인 행위’이라고 묘사했다”고 적었다.
인류학자 케리 매트윅 역시 “곤충이 역겹고 더럽다는 문화적 인식을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노동자 계급의 요리였던 스시나 죄수들에게 제공됐던 랍스터처럼 한때 음식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곤충이 주류 문화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