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까지 야구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베테랑 포수의 솔직한 고백, 그리고 부활 [현장 인터뷰]
허도환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NC와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9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 2회말 싹쓸이 2루타로 결승타를 때려냈다. 잠실, 박정현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박정현 기자) "한 달 전까지는 진짜 (야구)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허도환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9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3타수 1안타 3타점 1득점으로 팀의 10-6 승리에 힘을 보탰다.
첫 타석부터 허도환의 진가가 드러났다. 1-1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던 무사 만루. 허도환은 풀카운트 승부 끝 상대 선발 이용준의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2루타를 쳤다. 이 타구는 결승타가 됐고, 팀은 경기 초반 앞서 가는 흐름을 만들었다.
포수답게 수비에서도 빛났다. 선발 손주영과 배터리 호흡을 맞춰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3볼넷 2실점을 합작했다. 팀은 이날 승리로 주말 3연전 첫날(24일/LG 11-4승)에 이어 이튿날(25일) 모두 이겨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정했다.
허도환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NC와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9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 2회말 싹쓸이 2루타로 결승타를 때려냈다. LG 트윈스
수훈선수로 꼽힌 허도환은 경기 뒤 "(이용준의 공이) 초구에는 공이 좀 떨어졌는데, 풀카운트에서는 공이 반듯하게 와서 정타가 됐다. 초구처럼 떨어졌다면, 아마 땅볼이 나왔을 것이다. 그걸 쳤고, 오늘(25일) 경기에서 승리하게 할 수 있어 좋았다"라며 "치는 순간에는 '갈랐다'라고 생각했는데, 권희동 선수가 뛰는 걸 보고 잡히는 줄 알았다. 3루까지는 생각도 못 했고, 2루까지 천천히 가려고 했다. (주자가 모두 득점했으니) 오늘 일을 다했다"라며 웃어 보였다.
최근 허도환은 강제 주전 포수로 나서고 있다. 안방마님 박동원이 오른쪽 무릎 후방 슬와근 부분 손상에서 막 복귀했기에 포수 수비를 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특급신인 김범석도 있지만, 현재는 좀 더 경험 많고, 안정적인 수비가 돋보이는 허도환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허도환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NC와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9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 2회말 싹쓸이 2루타로 결승타를 때려냈다. 엑스포츠뉴스 DB
허도환은 "힘들다. 2021년 KT 위즈에서 우승할 때 그때 장성우(KT)가 다쳐 20경기 정도 연속으로 나섰다. 그때 이후 처음인 것 같다. LG에서는 (주전으로) 안 나갈 줄 알았다"라며 "(지난 3년간) 나이 앞자리가 달라졌다.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빨리 경기를 해야 (박)동원이가 돌아오기에 빨리 경기를 하고 싶다. 빨리 다음주가 왔으면 좋겠다. (박동원이가) 포수 운동을 전혀 안 해서 모르겠다. 또 나갈까 봐 좀 걱정이다. 감독님이 원하는 시나리오도 아닐 것이다"라고 농담했다.
40대에 접어든 허도환. 쌓여가는 연차는 물론, 성장하는 후배들까지 여러 이유로 최근 유니폼을 벗을지에 관한 고민이 많았다. 그는 "한 달 전까지는 진짜 (야구)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 뭔가 계기가 있어 마음을 다잡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좀 힘들었고, '그만할 때가 왔구나 못해먹겠다. 이런 상황까지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마음을 다잡으려고 한다. 기량 문제는 아니고, 스트레스가 정말 많아 잠도 잘 안 왔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후배 포수들도 있는데 팀에 대한 민폐가 아니냐는 생각도 많이 했다. 원래 다 잊고 했는데, 올해는 많이 힘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허도환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NC와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9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 2회말 싹쓸이 2루타로 결승타를 때려냈다. LG 트윈스
포수는 그야말로 극한직업. 온종일 쭈그려 앉아 투수들의 강력한 투구를 받아내야 한다. 날씨가 더워지면 더욱 힘들다. 특히 점점 체력이 떨어지는 베테랑은 더욱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다. 허도환은 "(포수가 힘들다는 것을) 요즘 다시 느끼고 있다. 준비할 것도 많고, 경기 후반 출전하다 선발로 나서니 투수들에게도 맞춰야 하고, 경기 풀어나가는 것도 힘들다. 또 벤치나 감독님이 사인 내는 것이 우리가 준비한 패턴과 틀리는 힘들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강백호(KT)도 '포수들 리스펙한다'고 인터뷰했지만, 주전 포수들이 일주일에 5일 이상 출전하는 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동원이도 그렇고, 양의지(두산 베어스)와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다 대단하다. 나도 리스펙한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나가지만, 그들은 다섯 번씩 나가니 대단하다"라고 덧붙였다.
임시 주전이지만, 허도환은 이날 결승타로 부활을 예고했다. 그리고 안방마님 박동원의 빠른 포수 복귀를 원했다. "동원이가 단체 채팅방에 갑자기 '잘하자'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네가 빨리 오면 된다. 네가 없어서 연패하는 것 같다'라고 얘기했는데, 진짜 복귀하니 연승을 한다. 문제는 동원이다. 빨리 마스크를 써서 팀을 정상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허도환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NC와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9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 2회말 싹쓸이 2루타로 결승타를 때려냈다. LG 트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