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이닝 만에 강판당한 선발 투수…‘0-5→9-8’, 두산은 KIA를 어떻게 꺾었나[스경x현장]
김유성이 8일 잠실 KIA전에 선발 등판해 힘껏 투구하고 있다. 두산 제공
이승엽 두산 감독이 8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전한 바람과 정반대의 경기가 펼쳐졌다. 두산은 최근 정규이닝 안에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경기를 많이 했다. 이번 주에만 세 차례 연장전에 갔다. 불펜진 소모가 특히 컸다. 전날 KIA전에서도 두산은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간신히 6-5 승리를 거뒀다. 그 과정에서 최지강, 김택연, 이병헌, 홍건희, 정철원 등 여러 명의 구원 투수들이 투입됐다.
이 감독은 “선발 (김)유성이가 5회까지 던져주는 게 가장 좋다”며 “지난 경기 때 일찍 퇴근했기 때문에 오늘은 좀 오래 던져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 감독의 기대는 경기 시작과 함께 무너졌다. 김유성은 1회초 선두 타자 박찬호에게 안타, 김도영에게 볼넷을 허용해 무사 1·2루에 몰렸다. 직후 나성범에게 1루수 땅볼을 유도, 병살타로 이어지는 듯했으나 유격수 김재호의 1루 송구가 빠져 첫 실점 했다. 김유성은 이어 최형우(2루타)와 이우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추가 실점했다.
조수행이 8일 잠실 KIA전에서 안타를 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두산 제공
계속된 1사 1루에서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몸에 맞는 볼까지 내준 김유성은 1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김명신과 교체됐다. 애초 5이닝을 던져줄 것으로 기대했던 선발 투수가 0.1이닝 3안타 2사사구 2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급히 투입된 김명신도 2회초 2실점, 3회초 1실점 하며 깔끔한 투구를 하진 못했다. 경기는 3회초가 끝난 시점에 이미 0-5로 벌어졌다. 두산으로선 패색이 짙었다. 승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최대한 빨리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타선이 그 역할을 했다.
0-5로 뒤진 3회말 1사에서 리그 도루 1위 조수행이 KBO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KIA 좌완 선발 캠 알드레드를 상대로 볼넷을 고른 뒤 도루에 성공해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다. 두산은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의 적시타로 1점 만회했다. 그래도 아직 4점 차, 갈 길이 멀었다. 승부처는 4회말이었다. 두산은 선두 타자 양석환의 안타 김기연, 김재호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이범호 KIA 감독은 애초 계획한 투구 수를 채우지 못한 알드레드를 그대로 밀고 나갔다. 이유찬과 조수행이 크게 휘청이던 알드레드에게 연속 적시타를 쳐 3-5까지 따라갔다.
양의지가 8일 잠실 KIA전에서 안타를 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두산 제공
계속된 무사 만루에서 라모스가 바뀐 투수 임기영을 상대로 희생플라이를 쳐 1점 차로 KIA를 추격한 두산은 이어진 2사 2·3루에서 양의지의 2타점 2루타로 6-5 역전에 성공했다. 흐름을 바꾼 두산은 5회말 양석환의 솔로포로 1점 더 달아났다. 7-5로 앞선 7회초 1사 1·3루에 등판한 최지강이 김선빈의 번트 안타로 점수를 내주긴 했지만, 한준수를 좌익수 뜬공, 최원준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리드를 지켰다.
타선은 직후 7회말 공격에서 2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잡았다. 2사 만루에서 유격수 땅볼을 친 이유찬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 점수를 보탰고, 조수행이 우전 적시타를 때렸다. 두산은 이날도 가용할 수 있는 불펜을 총동원해 승리를 지켰다. 선발 포함 투수 9명을 썼다. 김택연은 9회초 1사 1루에서 소크라테스에게 추격 투런포를 맞은 이교훈 대신 마운드에 올라 아웃 카운트 2개를 처리하며 9-8 승리를 완성했다. 두산은 5연승을 질주했다.
이 감독은 경기 뒤 “선수들의 놀라운 집중력을 확인한 하루였다”며 “선발 투수가 일찍 내려가며 힘든 경기가 예상됐는데,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총평했다.
최지강이 8일 잠실 KIA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두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