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이대로 갈 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역대 대통령들의 같은 시기와 견주어도 가장 낮다. 이유가 뭘까? 대통령실 관계자라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 ‘경제·민생·물가’는 지표상으로 개선되고 있고, 두번째로 꼽힌 ‘소통 미흡’은 2주년 기자회견, 제1야당 대표와의 회동, 기자단 김치찌개 만찬 등을 열면서 개선하고 있는 부분이다. 결국 야당이 공세를 퍼붓는 ‘채 상병 특검법’에 가려지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악의 지지율까지 ‘야당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사람들의 현실 인식은 너무 괴이해서 무섭기까지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선일보 2023년 신년 인터뷰에서 “총선에서도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공약했던 정책을 차질 없이 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하면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4·10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됐다.
그런데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국민의힘 의원 워크숍에서 맥주를 따르고, 파이팅을 외치고, 어퍼컷을 날렸다. 마치 총선에서 승리한 것 같다.
식물 대통령에서 벗어날 궁리는 하지 않고 동물 대통령 행세를 한다. 그래서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박상훈 전 국회 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 2023년 펴낸 ‘혐오하는 민주주의’에 이렇게 썼다.
“우리 정치가 좋아질 수 있을까? 한동안은 어렵다고 본다. (중략) 가장 큰 이유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국가기관의 수장(검찰총장)을 최고 통치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의 경험이 전혀 없다. 야당을 존중하고 함께 일을 풀어 가는 정치 지도자의 역할을 할 생각도 없다. 대통령 되기에 성공했을 뿐 민주정치와 융화할 의사가 없기에 그에게 대통령으로서의 좋은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정치 경험이 없는 대통령, ‘어쩌다 대통령’의 본질적 한계라는 얘기다. 하긴 그렇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은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대통령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기 시작한 최초의 대통령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키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책임은 어쩌면 그 자신보다도 ‘대통령 자격이 없는 그를 대통령으로 밀어 올린’ 사람들이 더 많이 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최근 위험 수위까지 떨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그를 찍은 사람들의 ‘후회’와 ‘반성’이 포함된 수치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5월16일 초선 의원 당선자들에게 “국회에서 여당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적극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거부권을 무기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월1일 ‘윤석열 정권 규탄 및 해병대원 특검법 관철을 위한 범국민대회’에서 “대통령이 모든 법안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제 국회 안에서만 싸우기는 힘들다. 안에서 밖에서 함께 싸우겠다. 국민과 함께 길거리에서 밤낮없이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큰일이다. 대통령과 국회, 여당과 야당의 무한투쟁이 예고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표 둘 중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싸울 것 같다.
국정은 엉망이 될 것이다.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멈춰야 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돌아서야 한다.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협치의 제도화다.
기자들에게 계란말이 해주고 김치찌개 끓여줄 때가 아니다. 애먼 기자들만 욕먹이지 말고, 식물 대통령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단해야 한다.
총선 참패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통령 권력의 절반을 야당에, 나머지 절반은 여당에 내줘야 한다. 남은 임기 동안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교육 개혁 세가지만 집중해야 한다. 다른 대선 공약은 다 포기해야 한다.
개헌해야 한다. 임기를 1년 줄이고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꿔야 한다. 개헌 협상은 국회에 맡기면 된다. 그러면 이재명 대표도 한발 뒤로 물러설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다. 국정에 대한 무한 책임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