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미안해 당구장에 아이 데려갔다 소질 발견했죠” 14살 당구대표 승모 아빠 양창우 씨
“아내에게 미안해 당구장에 아이 데려갔다 소질 발견했죠” 14살 당구대표 승모 아빠 양창우 씨
당구 즐기다 선수 된 인천연맹 부자(父子)선수
“이왕 할거면” 김라희 선수를 스승으로
김행직 조명우 이미래 등 현재 한국당구 정상에 있는 선수들은 일찌감치 신동과 천재 소리를 들으며 성장해왔다.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당구를 배우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모두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는 아버지 열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요즘 어린 선수들에겐 성공모델이다. 부모 생각도 다르지않다. 아이가 당구에 소질이 있고 즐긴다면 당구선수로 성장하는 걸 적극 밀어주고 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생업을 하면서도 코치이자 매니저, 운전기사 등 다역을 맡는다. 김건윤(부산동래고부설방통고1) 김도현(부천상동고부설방통고1) 김대현(시흥대흥중2) 양승모(인천예송중3) 이환희(구미금오초6) 김민준(익산부송중1) 편준혁(방통고1) 이규승 등 미래 한국당구 주역을 꿈꾸는 선수들의 뒤에는 이처럼 열성적인 아빠, 즉 ‘당구대디’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다섯 번째는 14살, 중학교3학년 유망주 승모 아빠 양창우 씨다.
지난 2월 인천당구연맹 2차 정기평가전에서 깜짝 놀랄 일이 발생했다. 이제 겨우 14살인 중학교 3년이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 인천 예송중학교 3학년 양승모다.
모두 19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양승모는 예선부터 결승까지 5경기 평균 애버리지 1.263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스승 김라희 “처음부터 당구치는 감각 뛰어나”
◆당구선수 아버지 따라 초등학교 3학년에 당구 시작
학생당구선수인 양승모는 복받은 케이스다. 당구선수인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당구를 접했고, 아버지 덕에 체계적으로 배웠다. 양승모 아버지는 인천당구연맹 소속 양창우(51) 선수다. 아빠와 아들 모두 인천연맹 소속 선수다.
인천 예송초등학교 4학년이던 2019년 1쿠션 전국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한 양승모가 3개대회 우승 상장을 놓고 스승 김라희 선수(왼쪽)와 인천당구연맹 김태석 회장(오른쪽)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양창우 선수)양승모는 초등학교 3학년에 당구를 시작, 이후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요즘은 스승 김라희 선수에게서 기술적인 점과 포지션플레이를 배우고 있다. 사진은 김라희 선수가 운영하는 인천 구월동 버호벤캐롬클럽에서 연습 중인 양승모. (사진=양창우 선수)양창우 선수는 오래전부터 취미로 당구를 즐기다 선수가 됐다. 다만, 대회에 많이 나가지 못해 랭킹은 335위다. 출전 횟수가 적으니 전국대회 개인전 입상은 없고, 인천연맹 대회에선 몇 차례 입상했다. 지난 2022년 태백산배전국대회에서 정재인과 팀을 이뤄 결승에서 김형곤-박정우를 꺾고 복식우승을 차지한게 대표적인 입상 실적이다.
승모는 아버지 따라서 10살때인 초등학교 3학년때 당구를 접했다. 아버지 양창우 선수의 기억. “제가 당구를 좋아해서 주말에 아이들을 집에 두고 혼자 당구장에 가기가 아내에게 영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승모를 데리고 당구장엘 갔는데 의외로 승모가 당구를 재밌어 하더라고요. 소질도 보였고요.” 그때부터 당구선수 양승모의 첫 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이왕 시작한거 당구선수에게서 직접 배우게 하자”
양창우 선수가 다니던 당구장은 인천 구월동 버호벤캐롬클럽인데, 승모는 4구를 건너뛰고 3구부터 배웠다. 아버지 양창우 선수는 “처음에는 제가 가르치다가 이왕 하는거 제대로 배우게 하기 위해 1년 가량 인천연맹 장성원 선수에게 배우게 했습니다. 그때 기초를 많이 닦았습니다.”
U22 대표로 아시아캐롬선수권 출전 “뿌듯”
지난 2월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제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대회’ U-22 한국대표로 출전한 양승모. (사진=대한당구연맹)물론 고비도 있었다. 재미로 배우던 당구와 체계적으로 배우는 당구는 엄연히 다른 법. 처음에는 재밌어 하더니 본격적으로 당구 공부에 들어가니 힘들어했다. 아빠는 그런 아들에게 억지로 당구를 가르치지 않았다. 결국 초등학교 5학년에 당구를 그만두고 공부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한 1년쯤 지났을까. 승모가 다시 당구를 배우고싶다고 해서 다시 당구를 시작했다.
지금도 꾸준히 연습과 레슨에 매진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집 근처에 있는 송도당구아카데미(인천당구연맹 문석민 선수가 운영)에서 연습하고, 1주일에 두 번은 구월동 버호벤캐롬클럽에서 김라희 선수에게서 레슨을 받는다. 아무래도 학생이다보니 평일에는 하루에 2~3시간밖에 연습을 못한다. 대신 주말이나 방학에는 연습과 실전경기에 8시간 이상을 쏟아붓는다.
◆스승 김라희 선수 “승모는 처음부터 당구치는 감각 뛰어났다”
스승인 김라희 선수는 승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승모는 처음부터 당구 치는 감각이 굉장히 뛰어났습니다. 몸도 유연했고요. 큐를 잡고 스트로크하는걸 보니 승모는 당구선수를 시켜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더 열의를 갖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기본기가 완전히 다져져서 요즘에는 기술적인 부분과 포지션 플레이 위주로 레슨하고 있다”면서 “승모는 한국당구를 이끌어갈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인천당구연맹 2차 정기평가전에서 우승한 양승모(인천 예송중3)가 다른 입상자 등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인천당구연맹 김태석 회장, 인천당구연맹 후원자, 양승모, 김갑세(준우승), 임정덕 기석이(이상 공동3위). (사진=인천당구연맹)양창우 선수는 승모가 지난 2월 열린 ‘제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대회 3쿠션 U22 대표선수로 선발된 것을 무척 뿌듯해했다. 사진은 선발전 8강 진출자들. (왼쪽부터)박세정 원재윤 김현우 박정우 김한누리 정예성 양승모 손준혁. (사진=대한당구연맹)승모 아빠 양창우 선수는 무섭게 성장하는 승모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그러나 처음에는 다른걸 시키려고 했단다.
“아이가 한창 클 때는 두뇌 개발에 좋다고 해서 바둑을 배우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머리도 쓰고 몸도 쓰는 당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승모도 당구를 좋아하길래, 그럼 아이가 좋아하는걸 하게하자고 했지요.”
아이가 좋아하는걸 하도록하고 싶은 부모 마음은 다른 ‘당구 대디’들과 똑같았다.
승모는 아직 14살의 앳된 모습이지만 인천당구연맹 평가전 우승으로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
더욱 다행스런 점은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입상하며 성장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천 예송초등학교)이던 2019년에는 1쿠션에서 전국대회 3관왕(국토정중앙배, 대한당구연맹회장배, 대한체육회장배)에 올랐다.
2021년 6학년때는 우승 1회(국토정중앙배) 준우승 1회(경남고성군수배), 2022년 중학교 1학년때는 태백에서 열린 대한당구연맹회장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동안 학생부에서 몇 차례 입상했으니, 최근에는 경험을 쌓기 위해 성인부 시합에 출전하게 하고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지난 6월 남원 전국당구선수권에서 32강에 오른게 최고 성적입니다.” 아버지 양창우 선수 말이다.
◆“U-22대표로 아시아캐롬선수권 출전 뿌듯”
특히 올해는 정예성 박정우 손준혁 김한누리 원재윤 형들과 함께 당당히 U-22(22세 이하) 대표로 선발돼 3월 양구에서 열린 ‘제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에도 출전했다.
“올해 가장 뜻깊은 것은 승모가 U-22 대표선발전에서 전체 4강에 들어 대표로 뽑힌 것입니다. 비록 8강에서 손준혁에게 졌지만,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뛴게 무엇보다 뿌듯했습니다. 좋은 경험도 쌓았고요”
중학교 1학년때인 2022년 강원도 태백에서 열린 ‘대한당구연맹회장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아빠와 기념촬영하는 양승모. (사진=대한당구연맹)물론 아쉬움도 있다. 제15회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 국내선발전에서 4강까지 올랐으나, 조영윤에게 패해 대표로 선발되지 못한 것이다. 조영윤은 프랑스 블루아에서 열린 본 대회에서 승승장구하며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승모는 조영윤의 준우승을 축하함과 동시에 스스로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아버지 양창우 선수는 승모가 어떤 선수가 되길 바랄까. “당구선수로서 너무 성적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행복한 선수가 됐으면 합니다. 아울러 실력과 인성면에서 후배들이 본받고 싶어하는 선수가 되길 바랍니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기자]